제가 생각하는 한옥의 매력은 바로 사람을 닮은 건축이라는 점인데요, 나무라는 자연 소재가 주는 따뜻한 느낌과 여유로운 곡선미, 그리고 실제로 집에 사는 사람에게 맞춰진 저마다의 특징들은 그 어떤 건축 양식보다 더 인간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.
▲ 양평에서 완성한 개인 한옥집
처음부터 한옥 목수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던 것은 아니지만, 돌이켜보면 저는 어릴 때 부터 무언가 만드는 것에 굉장히 몰입 했던 것 같아요.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미술 시간에는 누구보다 열성적이었거든요. 중학교 미술 시간에 나무젓가락으로 만들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범선을 만든다고 밤을 샜던 생각이 납니다.
남들과 똑같이 대학을 가고, 다양한 직업들도 경험 해 보았지만 이것이 내 길이다 싶은 일은 좀 처럼 만나기 어려웠습니다.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? 그리고 무엇을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?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던 어느 날 문득 잘 지은 한옥 한 채를 보게 되었습니다. 저런 집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과 동시에 들었던 생각은 `내가 저런 집을 지어보고 싶다`라는 욕구였고 그 때 부터 한옥 건축을 배울 수 있는 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.
▲ 독립기념관 내 탑골공원 팔각정 축소 재현
기본적인 지식은 전문학교를 통해 배웠지만 실제로 나무를 대하는 자세나 집에 대한 철학은 현장에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. 나무는 생명이 있는 자연 소재인 만큼 자라온 성질에 따라 쓰임도 다르고 어느 부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집의 완성도에 영향을 미칩니다. 목수는 이런 나무의 성질을 읽고 신중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.
건축물이 풍기는 분위기는 바로 집을 짓는 사람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물인데요, 비례를 어떻게 할 것인지 어느 나무를 어떤 형태로 사용할 것인지 결정하고 만들어내는 과정 속에서 웅장한 집이 탄생하기도 하고, 편안하고 소박한 집이 되기도 합니다.
▲ 기와를 씌우기 전 완성된 처마
한옥 목수를 하면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머릿속에 그려두었던 집의 이미지가 실제로 눈앞에 나타날 때입니다. 머릿속에만 있던 이미지가 도면에서 나무로, 나무에서 하나의 집으로 짜맞춰지는 그 순간에는 힘들었던 모든 과정이 보상받는 그런 느낌이 듭니다. 지붕이 덮힌 후 완성된 처마에 걸터앉아 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한옥 목수라서 누릴 수 있는 특권 중에 하나이고요^_^
`쓸데없는 생각하지말라`는 얘기를 가장 많이 듣는 때가 학생 때인 것 같아요. 그치만 저는 그 수많은 생각들이 바로 학생때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. 학생 때만큼 자유롭게 내 미래를 상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또 있을까요? 여러분은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.
▲ 정수사 대웅전 보수 중 발견된 상량문
꿈을 선택하는 일이 막막하다면 책을 읽거나 검색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. 막연히 집을 짓고 싶다는 제 꿈을 실현시켜 준 것도 바로 책과 인터넷에 나와있는 이미 그 꿈을 이룬 사람들의 정보 덕분입니다. 간접적으로 얻은 지식이지만 거기에 나의 장점과 행동하는 열정을 결합하면 그게 꿈을 이루는 첫 단계인 것이죠.
마지막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것, 그것 만큼 꿈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없습니다. 천천히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자신있고 즐거웠는지 생각해보세요.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.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것을 하고싶은지는 어떤 집을 짓고 싶은지랑 굉장히 비슷한 질문인 것 같아요. 이 질문들의 공통점은 저마다의 해답이 모두 다르다는 것, 그리고 자신이 그렇게 믿는 것을 바탕으로 꿈(=집)이 완성된다는 것 입니다. 인생은 생각보다 긴 시간 동안 나만의 집을 지어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. 부디 여러분이 진정으로 하고픈 꿈을 찾아 멋진 미래를 완성하길 응원하겠습니다.
▲ 짜맞춤으로 이루어진 한옥 기둥의 내부 구조